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하는 꿈꾸게하는 두뇌와 조울증

by 안병선 posted Mar 14,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는 조울증 환자가 아니지만 위와 같은 제목을 달아 정상인의 꿈 속 두뇌활동이
조울증과 비슷한 면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다.  

인간은 모두다 꿈속에서 정신분열증 상태가 되며 인구의 약 1%가 정신분열증 환자여서 정신분열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 남아 있는 이유가 인류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학자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예후는 더 좋지만 정신분열증과 더불어 2대 정신병이라는 조울증을 앓은 사람들 중에도 유명한 예술가들이 많은데 버지니아 울프, 슈만, 베를리오즈 등이 그런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나는 요즈음 (2005년) 심리학자로서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로 재직중인 케이 레드필드 재미슨이라는 여성이 쓴 "조울병,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란 책을 읽고 내 황홀했거나 무서웠던 꿈과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각양각색의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꽃밭으로 운동장이 둘러쳐진 여학교의 운동장에서 당뇨병 환자인 남자 교장 부부와 차분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꽃을 감상하며 대화하는 꿈을 조금 전에 꾸다가 깨어나 나는 꿈과 정신병 그리고 인간의 창조성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어제의 하루 생활은 아침 일찍 일어나 채소를 위주로 한 다이어트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 길에 운동겸 빨리 걷기를 하고 40분 가량 지하철 타는 시간엔 요즈음 창간된 중년 여성용 주간 시사잡지 '미즈'를 읽었고 근무시간엔 많은 환자를 열심히 진료하였다.

또 환자가 아닌 상태에서 건강을 증진하러 구민건강증진센터에 온 여성들에게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에 대한 상담을 해주고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곳 인터넷과
이곳에 링크된 주소 두군데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결혼하려고 여러번 선을 보고 있는 남자 조카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배우자는 성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사랑은 느낌이 아니고 결단이라는 말이 써있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소개해주었다.

퇴근해 바로 집으로 와 간단히 식사 후 우울하다는 젊은 여성에게 전화해 조금 우울할 땐 운동, 그것도 공격적이면서도 주고 받는 운동이 좋으니 탁구나 테니스를 하고 같이 할 사람이 없으면 혼자라도 운동을 하면 균형감이 생겨 좋다는 정신과 의사의 말을 전해주었다.

또 우울할 땐 자기 또래가 아닌 연배가 다른, 더 나이가 많거나 적은 사람들과 사귀고 남을 돕는 자원봉사활동도 좋다는 말을 책에서 읽었는데 그렇게 해보라고도 권했다.
그리고 톡투미라는 여성 사이트에 보낼 원고를 쓰려고 노트북 컴퓨터를 침대에 가져다 놓고 약간 피곤해 누워서 최신 정신의학 책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고 위와 같은 행복한 꿈을 꾸었다.

환자들이 피곤하다고 해 간기능검사를 비롯한 여러가지 검사를 해 본 결과 정상으로 나왔을 때 나는 그 사람들에게 우울증이 약간 있어서 그럴 수 있으니 책을
소개해주고 할 수 있으면 정신과의사와 상담도 하라고 권하는데 그외에 내가 환자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이겠느냐고 질문을 했을 때 내 질문을 받은 정신과 의사는 위에 말한 운동에 대한 말을 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들을 길러낸 그 정신과 의사를 몇년 전에 나는 처음 만났는데 가장 중요했던 대화가 꿈에 관한 것이었다. 다음 상담 약속을 언제 할 것인가를 묻는 그에게 내가 사람을 처음 만나고 난 후 그 사람에 대해 꾼 꿈과 반복적인 꿈이 중요하다는 것을 책에서 읽었는데 그 의사가 내 꿈에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꿈꾸어 보고 난 후에 결정하겠다고 했더니 그는 꿈은 느낌이 중요한 것이며 꿈에 끌려 끌려다니면 정신분열증이 되니까 현실을 더 중요시해야한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들어 일주일 후에 다시 상담할 날을 정했고 그 의사에 대한 꿈은 그와의 상담을 중간에 그만 둘 때까지 한번도 꾸지 않았다. 10번 정도의 상담 후에 몇달이 지난 후 내게 약간 어려운 일이 닥쳤는데 그 때 그가 내 꿈에 나를 변호해주는 변호사로 나타났다.

그 후 나는 그가 다른 정신과 의사에게 내가 에너지가 많고 머리가 좋아 정신분석을 받으면 큰 일을 할 수 있겠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제는 다른 사람을 후원하는 것보다는 내 자신의 발전을 꾀하는데 돈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돈내고 정신분석 받으러 다닌다.

나는 그에게 내가 미국에서 미국병원에 인턴으로 취직할 자격을 주는 미국의학시럼에 합격하기 2개월 전에 베토벤의 강렬하고도 아름다운 피아노 소나타를 관중도 없는데 정열적으로 연주했던 꿈을 꾸었던 것, 또 2003년에 '한국전쟁의 기원'이라는 브루스 커밍스의 책을 읽고 베토벤의 관현악 음악을 꿈속에서 들었는데 길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생생하고 아름다워 내 두뇌가 그런 음악을 재생해낸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말을 했었다.

나는 진저리처지게 무서운 꿈에 대해서도 그에게 말했고 그는 꿈을 꿈일뿐이라며 정신분석을 받는 시간에만 그에게 말하고 잊어버리라고 했다. 잊어버리고 현실생활에 충실하라면서도 그는 내가 꿈을 말하면 다른 중요한 사항들과 함께 챠트에 기록을 했다.

하지만 무서운 꿈을 꾸다가 깨어났을 때 그 의사의 충고는 내게 말할 수 없는 위로가 되었고 그를 가장 고맙게 느꼈다.

내 경험으로 보면 꿈은 별것이 아닌 것이 대부분이지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아주 예민하게 해서 좋은 면이 그렇게 될 땐 상당히 음치인 내가 베토벤 음악을 듣게 하고 나쁜 면이 그렇게 될 땐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조울증에선 내가 꿈속에서 겪는 것 같은 예민한 상태가 되어 약간 조증일 땐 아주 정열적이며 창조적으로 되며 심하면 미친 상태가 되고 조증이 수일에서 수주간 지난 후엔 심각한 우울증이 온다고 한다.

조울증을 리튬이라는 약과 주위 사람들의 사랑으로 극복한 재미슨 박사는 책의 맺음말에서 아래와 같은 말을 했다.

종종 이렇게 자문해 보곤 한다. 만약 조울병을 또다시 경험하겠느냐고 묻는다면 그러겠다고 하겠는가? 리튬이 개발되어 있지 않고 또 그 약물이 내게 반응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엄청난 공포를 느끼면서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리튬은 내게 잘 반응하고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다소 냉정하게 그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다소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리튬이 있는
상황이라면 또다시 조울병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병 덕분에 사물을 보다 선명하고 차원높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 많은 경험을 더 강력하게 느꼈다. 더 많이 사랑했고 또 더 많이 사랑을 받았다. 더 많이 울었기 때문에 더 많이 웃을 수 있었다. 많은 겨울을 맛보았기 때문에 더욱 달콤하게 봄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의 얼굴을 똑바로 들여다보았고 그래서 삶의 얼굴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알 수 있었다. 인간의 멋진 면과 야비한 면을 동시에 들여다보았고 그래서 사랑과 정성의 가치를 알았고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눈을 갖게 되었다.

내 마음의 숨결, 깊이, 넓이를 보았고 또 내 마음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알게 되었다. 또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알 수 없는 물건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물론 깊은 우울증에 빠져 방안의 거실에서 화장실까지 네발로 기어간 적도 있었고 그런 짓을 몇 달에 걸쳐 계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상이든 비정상이든 나는 더
빨리 달리고, 더 빨리 생각하고, 더 빨리 사랑했다.......

참고: 양극성 장애 (조울증)는 더러 머리가 매우 우수하고 사회적으로도 공헌이 큰 사람들에게 있다. 조증이 심하지 않는 경조증 때는 창의력이 왕성해서 여러 가지 창조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양극성 장애는 반복적으로 조증과 우울증을 번갈아 겪으며 재발을 하더라도 인격의 황폐나 지적 기능의 저하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개중에는 활동성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부영박사의 정신건강 이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