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by 정하늘 posted Jul 0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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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에는 엄지 손가락 위로 쳐들고
"담방구 할 사람 여기 붙어라" 하면 집집마다
대문이 열리며 용수철 튀어오르듯 뛰어나와
"나도나도!!" 하며 달라붙는
조막손가락들이 있었습니다.

검든희든 길든짧든 동심으로
하나되어 모여든 까맣고
맑은 눈망울을 지닌 아이들과
즐거운 놀이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려운 살림을 돕느라
누우런 봉투를 만들어 팔아야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비오는 날이면 미끌거리는 고무신을 신고
거리로 나가 비닐우산 장사를
해야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표정은 참으로 맑았었습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경쟁이란
곱지않은 마음은 뒤로한 채
피차에 따뜻한 웃음으로 손잡고
오늘 다투어도 내일 웃으며
한 계단씩 제 삶의 높이로 올랐었습니다.

나라가 가난했던 그 시절에 만난
눈망울들과 말씨들은 참으로
순박하고 곱고 정이 넘쳐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 세워줄 줄 알았습니다.

그 시절엔 영등포 모 은행에
강도가 침입한 사건이 신문의 1면을
크게 장식했었습니다.
소식을 접한 사람들마다 세상이 말세라며
혀를 끌끌차기도 했었습니다.

나라가 선진국이 되었다며 떠들어대며
살아가기 만만한 형편이된 지금
먼산을 어림하여 볼 수 있고,
높은 하늘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안을 수 있는
더 깊고도 넓은 가슴을 지닐
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오고가는 사소함에
왜 그리 섭섭하고도 노여운 일이
많아지는 것인지......

욕심의 탑에 쌓여가는 돌멩이들로
마음의 평화를 빼앗기기도하고,
가슴에 하나 둘 쌓여가는 잊혀지지않는 기억들이
때때로 눈시울을 따끔거리게도 합니다.

다투기도하며 함께 지냈던 아이들이
가슴에 돌이되어 박힌 일 없었던
유년시절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일입니다.

돌아보니 아름다운 날들..
그러고보면 어쩌면 세상 모든 것이
시공을 초월하여 포개지는 일로
아름다와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똑같은 감정의 돌을 일목요연하게
쌓아두는 일보다는
너저분할 것 같으나 희노애락의 포개짐으로
'나'를 일구어 좀더 멀리에서
객관적인 나를 살피면 아름다움일 수있겠습니다.

철없던 내 유년의 발걸음이
무성영화의 한 장면처럼 포개집니다.

쏴~ 밀려오는 바람소리에
청아한 새소리가 겹쳐지고
또로롱 구르는 새소리에
낮게 흐르는 구름이 겹쳐지고
낮게 흐르는 구름을 뚫고 비소리가..
후두둑하며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
.
.
미움에
고움이
고움에
가끔 절망이
절망에
또 다른 소망이..

그러면서 사람을 알아가고
그러면서 삶을 익혀가고
그러면서 詩를 지어가고

사람다운 사람을 알아갈 수록
삶다운 삶을 익혀갈 수록
詩다운 詩를 지어갈 수록
침묵을 배워가는 아름다움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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