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다 금강초롱 을 만났습니다 분홍빛 그 안에 꿈주머니가 주렁주렁 매달려 나를 불렀읍니다 그 때부터 멈추지 않은 포물선으로 잡을 수 없는 선들만 계속 늘어났습니다 잠 못 들고 뒤척인 날들 속에 천등 번개 지나가고 겨울 눈 녹으니 따사로운 햇살이 다시 미소를 불렀습니다 숨가쁘게 달려간 그 날 산길은 몹시도 미끄러웠습니다 바지 무릎에 산도장 크게 찍으며 설레임으로 가득 찬 오월의 숲을 내 온 몸으로 감쌌습니다 금새라도 보일 듯 나를 부르는 착각에 등에서는 줄기차게 땀이 흘렀습니다 금강초롱을 다시 못 만난 것은 그 날의 등산이 초행이라 그 길을 완전히 기억할 수 없었음을 이재야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