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산책

by 지찬만 posted Nov 1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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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의 산책...헤르만 헷세*^^

      가을비가 회색 숲에 흩뿌리고,
      아침 바람에 골짜기는 추워 떨고 있다.
      밤나무에서 밤이 툭툭 떨어져
      입을 벌리고 촉촉히 젖어
      갈색을 띠고 웃는다.

      내 인생에도 가을이 찾아와
      바람은 찢어져 나간 나뭇잎을 뒹굴게 하고
      가지마다 흔들어댄다  열매는 어디에 있나?

      나는 사랑을 꽃피웠으나 그 열매는 괴로움이었다.
      나는 믿음을 꽃피웠으나 그 열매는 미움이었다.
      바람은 나의 앙상한 가지를 쥐어뜯는다.
      나는 바람을 비웃고
      폭풍을 견디어본다.

      나에게 있어서 열매란 무엇인가?
      목표란 무엇이란 말인가!
      피어나려 했었고,그것이 나의 목표다.
      그런데 나는 시들어가고,
      시드는 것이 목표이며,그 외 아무것도 아니다.
      마음에 간직하는 목표는
      순간적인 것이다.

      신은 내 안에 살고, 내 안에서 죽고
      내 가슴 속에서 괴로워한다.

      제대로 가는 길이든 헤매는 길이든,
      만발한 꽃이든 열매든
      모든 것은 하나이고,
      모든 것은 이름에 불과하다.

      아침바람에 골짜기가 떨고 있다.
      밤나무에서 밤이 떨어져,
      힘있게 환하게 웃는다.
      나도 함께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