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외로움이 깊어지는 시간이 있다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 흔들리는 나뭇잎, 가로등의 어슴푸레한 불빛,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 목소리조차 마음의 물살 위에 파문을 일으킨다. 외로움이 깊어질 때 사람들은 그 외로움을 표현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어떤 사람은 밤새워 술을 마시고 어떤 사람은 빈 술병을 보며 운다. 지나간 시절의 유행가를 몽땅 끄집어내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이의 집에 전화를 걸어 혼곤히 잠든 그의 꿈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아예 길가의 전신주를 동무 삼아 밤새워 씨름하다 새벽녘에 한 움큼의 오물덩이를 남기고 어디론가 떠나는 이도 있다. 나는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들 삶의 한 골목골목 예정도 없이 찾아오는 외로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 사실은 그 순간이 인생에 있어 사랑이 찾아올 때 보다 귀한 시간이다. 쓴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의 깊이, 삶의 우아한 형상들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곽재구의 <포구기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