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똥누며 드리는 기도 / 채희동
하나님,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신 당신께 감사를 드립니다. 밥상에 앉아 생명의 밥이신 주님을 내 안에 모시며 깊은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것처럼 오늘 이 아침에 뒷간에 홀로 앉아 똥을 눌 때에도 기도하게 하옵소서.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내 뒷구멍으로 나오는 것이오니 오늘 내가 눈 똥을 보고 어제 내가 먹은 것을 반성하게 하옵시고 남의 것을 빼앗아 먹지는 않았는지. 일용할 양식 이외에 불필요한 것을 먹지는 않았는지. 이기와 탐욕에 물든 것을 먹은 것은 없는지. 오늘 내가 눈 똥을 보고 어제 내가 먹은 것을 묵상하게 하옵소서. 어제 사랑을 먹고 이슬을 마시고 풀잎 하나 씹어 먹으면 오늘 내 똥은 솜털구름에서 미끄러지듯 술술 내려오고 어제 욕망을 먹고 이기를 마시고 남의 살을 씹어 먹으면 오늘 내 똥은 제 아무리 힘을 주고 문고리를 잡고 밀어내어도 똥이 똥구멍에 꽉 막혀 내려오질 않습니다. 오,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똥 한번 제대로 누지 못하며 살아가는 가엾은 저를 용서하소서. 내일 눌 똥을 염려하지 않고 오늘 내 입으로 들어갈 감미롭고 달콤함에 눈이 먼 장님같은 내 인생을 용서하여 주옵소서.하나님,
오늘 내가 눈 똥이 굵고 노랗고 길으면
어제 내가 하나님의 뜻대로 잘 살았구나.
그렇구나. 정말 그렇구나.
오늘도 그렇게 살아야지.
감사하며 뒷간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오게 하옵소서..
♬ Sanctus / 세인트필립스소년합창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