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과 진실.

by 四時春/申澈均. posted Mar 2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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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 진실

어느 임금이
백성들에게 꽃씨를 나누어주고
가을에 심사하여 상을 주기로 했다.

백성들은 정성을 다해 키웠지만
이상하게도
꽃이 피질 않자 꽃집에 가서 새 꽃씨를 사서
심겨서 예쁜 꽃을 만들어
약속 날에 임금 앞에 내 놓았다.


하지만 임금은 그 꽃들을 보자
큰 실망을 하고 있을 때
어느 한 소년은
아무 꽃도 피지 않은 빈 화분을 들고
두려움 속에 떨면서 임금에게
용서를 구했다.

“임금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임금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기뻐하며
모든 백성이 듣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니다, 너야말로 정직하게 꽃을 키웠구나!”

임금은 백성들이
얼마나 정직한지를 시험하고자
처음부터 볶은 꽃씨를
그들에게 주었던 것인데 그 시험에 통과한
사람은 한 소년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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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아는 이 동화를
어느 라디오에서 들을 때
나는 마치 무엇을 훔치다가 들킨 사람처럼
가슴이 얼마나 뛰었는지 모른다.

어쩜 절대자는
그 임금처럼 우리에게 볶은 씨를 주었음에도
우리는 거짓으로
아름다운 인생의 꽃을 피워놓고
흡족해하지만
속은 허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고슴도치처럼
가까이 하려면 가시로 찌르고
또 그냥 놔두면 얼마나 보기 흉한지 모른다.


가끔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든 아니면
무슨 일만 보고
좋은 평가를 할 때 나는 기분
좋은 것이 아니라
속에서는 이런 탄식이 들리는 듯하다.

‘내가 네게 준 양심은 어디 가고
화류계여자처럼 겉으로만
아름답게 꽃을 피우려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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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른 삶을 살도록 할까.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현란한 현대문명의 산물인
배금(拜金)주의가 용의자로 꼽힌다.

세상에서 우리만큼
물질로 행복을 추구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초등학생에게
장래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서슴없이 ‘부자’라고 말할 정도로
모두가 돈 중독증 환자가
되어가고 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돈이라면
눈에 뵈는 것이 없는 듯
양심도 영혼까지 팔아먹을 심산이다.

어리석게도 많은 사람들은
정말로 물질이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준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흔히 말하듯
돈으로
책은 살지라도 지혜는 살 수 없고
돈으로
집은 살지라도 행복한 가정은 살 수 없고
돈으로
침대는 살지라도 평안한 잠은 살 수 없다는 것을
왜 모르고 있단 말인가.

오히려 물질은
인격을 값싸게 만들었고
영혼에 대한 공허감만 커지게 하여
스스로
세상과 하늘을 더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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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 마지막 회에서
장금이는 궁을 나오면서 했던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궁은 음식을 만들게 했고
의술도 배우게 하고
또 님도 만나게 했지만
그러나 궁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게 했다.’


화려하게
보이는 것일수록
실제는 슬픔이 더 많다는 사실을

밋밋하게 보이는
그 인생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현대인들은 오래 전부터
잊고 있기에
살아가면서 진실한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운 법이다.


흔히 진실한 사람이란
세상물정 모르고 고지식하게 사는 사람이요
아니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인식되며 때론
위선자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것은

그렇게 존경했던 지도자들도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끝까지 거짓말만 하기에
철부지 아이들까지도
아무 가책 없이
거의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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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산업화와
신자유주의를 겪으면서
천지개벽만큼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덕분에
외적인 많은 변화는 각오하고 있었지만
가치관이나 의식구조까지 변하면서
삶의 방식까지 바뀌고 있다.

함께 사는 세상에서
힘의 논리와
강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이 되면서
거짓은 선택이 아닌
필연적인 과제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불신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보다
더 심각한 일은
자신도 그렇게 거짓으로 살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위기감에 잡혀
부모도 자식들에게 똑바로 말을 할 수 없다는
어이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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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무릎 꿇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 일이
이것이 이 세대의 가장 큰 불행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보려면
내 생명을 몽땅 주어도
아깝지 않는 어떤 대상을 만나야 하는데
그런 사람을 찾지 못했기에

오늘도 방황하며
자신도 그렇게 거짓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어떤 이를 좋아한다면
다른 이와 비교되는
월등한 능력을 가졌으므로
내 인생의 배경이 될 것 같기에
좋아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적어도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은
순수한 미소나 아니면
곧은 심성 때문에
또는 언제나 나를 담을 수 있는
넓은 마음 곧 그의
진실한 모습 때문에 좋아하고
함께 있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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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어떤 이는
이렇게 질문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진실하게 산다고 누가 밥 먹여줍니까?’

그렇다.
애가 아니고서야
의식주가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여기엔
중요한 진리 곧 밥이 먼저냐
진리가 먼저냐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어야한다.

이상하게도
밥을 먼저 택하면 진리는 오지 않는데

진리를 먼저 붙잡으면 밥은
그냥 따라 온다는
삶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면
그 사람은
인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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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The Passion Of The Christ]라는
영화가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연한 싹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뿌리 같아서
고운 모양도
장엄한 모습도 없고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 아름다운 것이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그의 상처는
우리의 허물과
우리의 죄악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를 외면했었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에서 쓰여진 책
절반 이상이
그와 직간접으로 관련을 맺고 있다.

전 세계 음악사의 절반 정도는
그의 영향 속에 있다.

전 세계 문화가
전 세계의 언어가
전 세계의 철학이 그를 배제하고는 도무지
논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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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물론
돈도 중요하고
건강도 필요하고
친구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우선적인 것은
진실(眞實)이다.


순진한 사람은
꾸밈이 없고 순박하지만
혼란의 시대에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지만,

진실한 사람은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기에
아무리 어려운 길을
걸어도 결국은 승리하게 된다.

그가 증명했고
오늘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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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누가
진실된 사람인지
알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고

호감 끌 만한 것이
별로 없지만

결국
세상이 알고
당신이 알기에
두렵지가 않습니다.

당신이
그리 사셨듯이

제 모습에서
화려한 꽃이 없다 해도
꽃보다 더한
당신의 향기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제 평생
기도제목입니다.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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