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는 날 그려 보는 소박한 소원
따뜻한 실내에 앉아 봄이 오는 풍경
가을이 떠나는 것과 겨울이 깊어 가는 것
넓은 유리창 너머 바라 볼 수 있다면
오래 전 천지연 폭포에서 내린 물이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 앉아 늦은 삼월, 때 늦은 눈이 넓은 유리창 너머 흩날리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무엇이 아름다운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란 생각이 들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된 걸 보면 참 아름다웠던가 봅니다.
건강을 잃고 난 후엔 사람과는 조금 멀어지고 자연과는 더 가까워져습니다. 길을 걷다 꽃을 만나면 향기를 맡는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후각신경을 타고 든 향기는 혈관을 타고 흐르는 수면주사처럼 몽롱하기만 합니다.
어제는 마당 가득 핀 연산홍 몇 가지를 방에 걸어두었습니다. 오늘 꽃잎 축 늘어진게 볼품은 없어졌지만 향기는 어제 보다 더 진하군요. 나도 이 꽃 같아 외모는 낡아지나 내면의 향기는 더 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목련 꽃 향기를 좋아합니다.
부슬비 내리던 어느날 수십년 된 나무 아래서 비를 맞으며 나무를 안고 한동안 서 있었지요.
계절은 가면 또 오는데 청춘은 다시 올 수 없다는걸 생각할 때 순간은 더욱 소중해집니다.
때론 누군가에게 화도 나고 세상살이 맘대로 되지 않을 땐 짜증도 나지만 그 때마다 잃지 않으려 애쓰는 한가지는 아름다움을 보는 눈입니다. 세상이 주는 스트레스가 내 안의 샘을 다 퍼내버리릴지라도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잃지않고 있다면 샘은 다시 맑은 물로 가득 차게 될 것을 알기에.
세포 하나 하나는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환경에 지배당하지 않으려 늘 노력합니다.
나를 치유하는 것도 나를 나답게 만드는 최상의 스승도 결국 나입니다.
인생의 중요한 질문들이 해소되고 부터는 그 어떤 스승의 설교나 조언도 필요치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기도가 거절당하는 것 처럼 느껴질지라도 결국 그 것은 거절이 아니라 최상의 응답입니다.
미움과 사랑이 한 몸인 것 같이 삶과 죽음 또한 다르지 않기에 무엇이 이뤄지고 이뤄지지 않는게 무에 그리 중요할까.
거울 앞에 설 때 마다 수없이 달라져간 외모를 생각할 때 내 존재는 육체가 아니란 것을 확인하고 언제일지도 모를 마지막을 생각하며 픽 웃어봅니다.
나의 죽음은 저녁 놀 같을 겁니다.
신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은 아름다움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