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날려온 작은 풀씨 처럼 넌 내게로 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둥지를 튼 너의 발에 퇴비를 뿌린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이다 눈비와 바람 마저 지나면 퇴비는 썩어 너의 발을 어루만지며 작은 잎들의 이름을 부를 것이다
작은 잎은 손을 뻗어 나를 부를 것이다
기다려야 한다
이 겨울 씨앗은 뿌리를 내리려 어둠 속에서 길을 찾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뉴욕 쌍둥이 빌딩의 폐허 속에서도 끝끝내 그 것들을 끌어 안았던 너는
길을 막아선 바위를 감싸 안고 등을 보이고 떠난 절망을 기다리고 있다
절망은 부스러기 같은 희미한 빛마저 어둠에 던져 버리고 새벽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 처럼 가을을 닫고 떠났다
너는 알고 있다 거센 바람과 얼어붙은 대지가 자신을 휘청이게 할 것을 그리나 중력을 이겨내고 수직의 비상을 위해 이 겨울을 준비해야 함을
나는 오늘 이 작은 씨앗 앞에 무릎을 굽혀 겸손히 거름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