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내적 조깅(internal jogging)’이라고 한다. 웃음이 환자의 심리적 상승과 신체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함을 표현한 말이다. 실제로 우리가 웃을 때 몸 전체 근육 중 200여 곳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내분비계에서는 엔돌핀(endorphin), 엔케팔렌 같은 유익한 호르몬이 쏟아진다고 한다.
김화숙(47·여·울산시 다운동)씨는 웃음에서 차단된 채 10년을 살았다. 고단한 삶의 이력이 그녀를 웃음에서 멀어지게 했다. 결벽, 질시 같은 부정적 정서도 그녀가 미소를 잃은 배경이 되었다. 그 결과는 잔인했다. 몸 속에 암세포가 들어차 어둠의 나락 속으로 그녀를 밀어 넣었던 것.
그러나 어느 날 한 건강 캠프에 참가했던 그녀는 기적적으로 웃음을 회복했다. 10년 만에 되찾은 웃음. 그 웃음이 그녀의 인생을 뒤흔들어 놓았다.
◆ 2003년 혈변…직장암 2기말 진단=그녀가 밤길 치한의 습격처럼 암과 맞닥뜨린 것은 2003년 여름. 몇 달 전부터 체중이 계속 줄고 변 보기가 너무 불편했다. 불안한 마음에 위 내시경, 혈액검사, 초음파 검사를 잇따라 받아보았지만 정상 소견만 나왔다. 그러는 중에도 배변의 고통은 계속됐고 결국 치질 수술까지 받았다. 빈혈에 온 몸이 휘청거리고 혈변을 쏟아내고 나서야 대학병원을 찾았다. 직장 내시경을 통해 흉칙한 암세포를 직접 확인하는 순간 하얀 은막이 드리우는 듯한 몽롱한 의식이 그녀를 덮쳤다.
암 종양이 항문을 틀어막아 대장에 변이 꽉 찬 상태. 수술(직장암 2기말)을 끝낸 의사는 완치확률(5년 생존율)이 50%를 밑돈다며 채식위주의 식사와 안정을 권고했다.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가족들을 불러모아 놓고 그동안 관리해오던 통장, 도장, 가계부, 재산관계 서류를 꺼내 놓았다. 머지않아 자신이 세상에 없게 된 후를 대비한 ‘정리 의식’이었다.
그 해 여름엔 비가 많이 내렸다. 마당에 풀은 빗속에서 무성하게 자라고 그녀의 맘속에 죽음의 공포도 키를 더해가고 있었다. 당시 막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저 아이가 대학생만 되었어도 편안히 눈을 감겠는데….’ 하는 생각이 밀려왔다. 순간 ‘그래, 이렇게 앉아서 최후를 맞기 보다 살길을 찾아 나서보자’ 는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쳤다. 다음 날부터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며칠을 씨름하다가 설악산에서 열린다는 이상구 박사의 뉴 스타트 캠프 소식을 접했다. 그 곳에서 옛날 TV에서만 뵙던 ‘엔돌핀’으로 유명한 이 박사를 만났다.
◆ “난 병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김씨는 자신은 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왔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늘 불평, 불만이 가득 차있었고 툭하면 화를 내 가족들을 힘들게 했다. 자연히 스트레스는 남들의 곱절이었다. 울분을 먹는 것으로만 달랬다. 50kg남짓하던 체중이 몇 년 만에 73kg까지 나갔다.
이 박사는 병이 날 수밖에 없었던 시절의 삶을 지배하던 ‘사각(死覺)’에서 벗어나 생명을 지향하는 ‘생각(生覺)’으로 무장하라고 강조했다. 뉴 스타트는 ‘생각’으로 향하는 이론적 근거였다. 이 말은 그녀의 완고한 사고의 틀을 순식간에 허물어 버렸다. 수 십 년 동안 그녀를 지배해왔던 증오가 녹고 미움이 용서로 변했다. 입가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10년 만에 되찾은 웃음이었다. 덩달아 갑자기 말문도 틔였다. 열등감에 찌들어 뒤에서 숨기만 했던 그녀가 대중 앞에서 거침없이 자기 주장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10년 만에 되찾은 웃음= 뉴 스타트 캠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그녀의 제일성은 “우리 집엔 환자는 없다.”라는 ‘환자 부재선언’이었다. 그 선언은 그녀가 암환자를 넘어서 자연인으로 거듭나는 갈림길이었다. 그리고는 병원에서 처방 받아온 온갖 약들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음 날 아침부터 아줌마 부대를 이끌고 집 주변 공터에서 스트레칭과 웃음 클럽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서 너 명이 시작한 모임이 머지않아 수 십 명을 넘는 대부대가 되었다. 소문을 듣고 주변의 환자들도 많이 나와서 그녀의 건강한 투병 행렬에 동참했다.
매일 아침 이웃들에게 엔돌핀 세례를 퍼붓기 시작한지도 어언 3년이 지났다. 지금 뉴 스타트는 아직도 그녀의 생활의 중심이다. 덕분에 암에서 완전히 자유로워 졌다.
◆ 그녀를 회복으로 이끈 뉴 스타트= 세상엔 호사다마(好事多魔), 설상가상(雪上加霜) 같은 악순환도 있지만 금상첨화(錦上添花), 일석이조(一石二鳥)같은 선(善)순환도 있다. 자신의 지향점을 어느 쪽으로 두느냐에 따라 그의 운명도 결정된다.
그녀는 뉴 스타트 캠프 참가를 계기로 사각(死覺)에서 생각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부정에서 긍정으로 선순환을 했다. 그 결과 그녀는 웃음을 회복했고, 지독한 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웃음은 얼굴의 근육을 움직여 감정을 표현하는 단순한 물리적 행위지만, 유익한 호르몬을 내 뿜고 항(抗)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키는 훌륭한 치료제로 기능하기도 한다.
그녀 회복의 첫 걸음은 1초도 채 안되는 ‘피식~ 웃음’ 이었다.
한상갑기자 arira6@msnet.co.kr
작성일: 2006년 07월 0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