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산책...헤르만 헷세*^^ 가을비가 회색 숲에 흩뿌리고, 아침 바람에 골짜기는 추워 떨고 있다. 밤나무에서 밤이 툭툭 떨어져 입을 벌리고 촉촉히 젖어 갈색을 띠고 웃는다. 내 인생에도 가을이 찾아와 바람은 찢어져 나간 나뭇잎을 뒹굴게 하고 가지마다 흔들어댄다 열매는 어디에 있나? 나는 사랑을 꽃피웠으나 그 열매는 괴로움이었다. 나는 믿음을 꽃피웠으나 그 열매는 미움이었다. 바람은 나의 앙상한 가지를 쥐어뜯는다. 나는 바람을 비웃고 폭풍을 견디어본다. 나에게 있어서 열매란 무엇인가? 목표란 무엇이란 말인가! 피어나려 했었고,그것이 나의 목표다. 그런데 나는 시들어가고, 시드는 것이 목표이며,그 외 아무것도 아니다. 마음에 간직하는 목표는 순간적인 것이다. 신은 내 안에 살고, 내 안에서 죽고 내 가슴 속에서 괴로워한다. 제대로 가는 길이든 헤매는 길이든, 만발한 꽃이든 열매든 모든 것은 하나이고, 모든 것은 이름에 불과하다. 아침바람에 골짜기가 떨고 있다. 밤나무에서 밤이 떨어져, 힘있게 환하게 웃는다. 나도 함께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