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반찬 / 공광규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점심시간이 제일 좋았지
가족주의와 개인주의
나이키는 고무신이 부럽다
구슬치기가 하고싶은 닌텐도
라면 먹는 날
텔레비
신문지로 만든 연
할머니댁 꽃밭
오강사탕
곤로와 전구
할머니댁 옥수수
가을걷이
곶감말리기
할머니댁 이불
고무줄 놀이
감나무 아래
이불속 수다
우리집 옥상있다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