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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 이루었다. (요한 19,30)
오, 주님,
언제가 되어야 제가 한번이라도 파악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 삶의 법칙이자 그러하기에 또한 제 삶의 법칙이기도 한 이것을.
죽음이 생명이고, 자기 포기가 자기 획득이며
가난이 부이고, 고통이 은총이며
종말이 진정 완성인 이 법칙을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다 이루었습니다. 아버지가 당신께 맡기신 일을 완성했습니다. 결코 지나가서는 안 되었던 잔을 들어 마셨습니다. 공포스러웠던 죽음을 견디었습니다. 세상의 구원이 이루어졌고 죽음이 승리하였습니다. 죄가 극복되었고 어두운 영의 힘은 무력해졌습니다. 생명의 문이 열리었고 하나님 자녀가 자유를 얻었습니다.
이제 은총의 영이 미풍처럼 불어올 수 있습니다. 어두운 세상이 벌써 서서히 당신 사랑의 빛으로 동터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주 잠시 - 우리가 세계사라 부르는 잠시 동안 -, 이 세상은 당신 신성의 환한 불꽃으로 타오릅니다. 그리고 온 세상은 당신 생명의 복된 불꽃바다에 잠기게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이루어졌습니다. 당신의 영으로 저도 완성시켜 주소서. 온 세상의 완성자며 육신과 그 육신의 고통 속에서 모든 것을 이루신 아버지의 말씀인 당신이여.
제 인생의 저물녁에, "다 이루었습니다. 당신이 제게 맡겨 주신 일을 다 마쳤습니다"라고 저 역시 말하도록 허락해 주시렵니까? 죽음의 그림자가 저를 덮칠 때 당신의 대사제다운 가장 경건한 기도를 따라 하도록 허락하시렵니까: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나는 아버지께서 나에게 맡겨 주신 일을 다 하여 세상에서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냈습니다. 아버지, 이제는 당신에게서 나의 영광을 드러내 주십시오(요한17,1)"
오, 예수여, 아버지께서 제게 맡기신 일이 당신이 원하는 대로 있게 하소서 - 크든 작든, 달콤하든 쓰라리든, 생명이든 죽음이든 -: 모든 것을, 제 삶까지도, 제가 그것을 완성할 수 있도록 미리 완성시켜 놓으신 당신처럼 저도 맡긴 일을 다 이루게 하소서. - 칼 라너(Karl Rahner) / 삶의 기도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