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찾아옵니다. 요 며칠간 제 마음은 늦가을이었습니다. 컨디션도 별루였고 밴드의 글들을 정리하며 2년 전의 글들을 뒤지다 지금은 함께할 수 없는 얼굴들을 마주하며 어쩌지못하는 우울의 커튼이 드리워졌습니다.
항상 내 앞에 있는 죽음을 마주하며그 너머의 삶을 바라봅니다. 삶보다 죽음이 더 편할 수 있겠단 생각도 때론 듭니다. 이 고통의 세계에서 벗어나 더 이상 눈물이 없는 주님의 품을 사모해 보았습니다.열차가 마지막 종점을 예고하고 있는데 궂이 종점에서 내려야 할 필요가있는가 한 두 정거장 일찍 내림도 그리나쁘지는 않을것 같다는, 하지만 해는 중천에 있고 남은 길은 아직 멀기에 어둠이 오기전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어 다시 신발끈을 조여봅니다.
눈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추어 서서 / 로버트 프로스트
이 곳이 누구네 숲인지 알듯도 하다
그러나 그는 마을에 있어
내가 여기에 와 멈추어 서서
눈 덮여가는 숲을 보는 것을 알지 못하리라
내 작은 조랑말은 뭔가 이상하네
가까운 곳에 농가도 없고
얼어붙은 호수 뿐인 깊은 숲에 와 멈추어 선 것을
일년 중 가장 그윽히 어두운 날 저녁에
조랑말은 방울을 한 번 짤랑거려 본다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듯이
그외의 소리라고는
숲을 쓸어가는 부드러운 바람과 하늘거리는 눈송이 뿐
숲은 아름답고 저물고 깊은데
그러나 나는 지켜야할 약속이 있어
잠들기 전에 가야할 먼 길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지켜야할 약속이 있기에 다시 일어나 어둠 너머의 길을 가렵니다. 고독했던 예수처럼 깊은 기도의 밤을 건너.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홀로 버려진 듯한 어둠 속에서도 나를 지켜보는 지으신 이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