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인동꽃 향이 날린다. 푸른 연인들은 손을 잡고 가파른 능선을 가볍게 거닐고 있다.
멋적게 먼 산 향해 사진 몇 장 눌러 본다. 옅은 안개가 산을 반쯤 가리고 있다.
뒤를 돌아다 보니 관광 버스로 온 것 같은 임신 팔개월쯤 된 아저씨가 가파른 길을 오르다 되돌아 가고 홀로 길을 벗어나 작은 풀들이 자라는 능선을 따라 가볍게 걷다 풀 밭에 앉았다.
산들바람이 삥이꽃을 흔들고 지나간다.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84세에 운명하신 고교시절 단짝 친구 어머니 문상 가는 길,
세상은 무심한 듯 가볍다.
되돌아 본 사년의 뉴스타트 생활, 걸어 온 저 능선 처럼 뚜렷하다.
절망 두려움 그리고 한가닥 희망 그리고 노력,
노력 넘어 은혜와 감동 그리고 깨달음.
뉴스타트는 얼어 붙은 땅에 봄바람 불어 넣는 일이란 생각을 유월의 생명들을 보며 하게 된다.
모든 것이 죽은 듯 보이던 땅 그러나 봄이 오면 파랗게 살아나는 생명들, 우리 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일찌기 어린 아이 처럼 살기로 했다.
저녁이 오면 놀이를 그치고 엄마의 밥상을 거쳐 잠자리로 돌아가는 근심없는 아이 처럼.
어자피 죽기위해 태어난 목숨 궂이 붙들 맘 없다.
단지 주어진 시간 너무 일찍 꺼져버린 내 안의 생명력의 불씨를 좀더 세게 호호 불 뿐. 아직은 그러한 권리가 있는 것 같다.
다시 본 세계는 시리도록 아름답다. 그래선지 가끔 눈물난다.
내려오니 푸드트럭이 열대 가깝게 서 있다. 예전 같았으면 나도 어느 한 곳의 손님이 되어 있겠지만 지금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 단지 열심히 일하는 쥔장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뿐.
해가 안개에 가리더니 더운기가 쌱! 가셨다.
걷기 좋은 날이다.
뉴스타트 하기전 이마트에 집시람과 함께 가면 채소,생선,꽃게,조개,쇠고기,돼지고기,라면,과자,우유, 등등 살것이 너무많았지만 이제는 식품의 95%는 살수가 없고 삽겹살집,칼국수집,분식센터,태국음식점,부대찌게집,등등 외식할곳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이제는 단 한 곳도 마음편하게 외식을 할 수가 없게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식사도 어려워지고, 동료들과도 점차 함께하기 힘들어지는 뉴스타트란 매순간 순간마다 인내와 절제를 내세워 지나가야만 하는 참으로 좁고 또 좁은 문이군요. 매 순간 하나님께 기도하고 의지하며 걸어가려하지만 악마의 속삭임은 끊임없이 내곁을 맴돌기에 순간순간의 긍정적인 선택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성공적으로 하나님의 사랑으로 뉴스타트를 하시는 가파님을 바라보며 흔적을 추적해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