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잘 자면 왜 기억이 잘 될까
어려운 문제를 붙잡고 끙끙대고 있을 때 아무 생각없이 한숨 푹자고 나면 의외로 어렵던 문제가 술술 풀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시가 급한 사람에게는 호사스럽기 그지없는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잠을 자는 것이 실제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잠을 푹 자고 나면 골머리를 앓던 문제가 술술 풀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잠을 자는 동안 기억이 정리되고 영구화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독일 뤼베크대 신경내분비학과의 얀 본 박사 연구팀은 간단한 수학 퍼즐을 통해 잠을 자는 것이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실험을 통해 알아냈습니다. 실험 결과 문제풀이를 여러 번 한 다음 8시간 동안 수면을 취한 그룹이 깨어 있었던 그룹에 비해 다음 문제풀이에서 두 배 정도 우수한 능력을 보였다고 합니다.
실험에 동원된 수학 퍼즐은 세 가지 숫자(1, 4, 9)를 무작위로 배열해 8자리 수를 만들었습니다(예 11449494). 여기에 두 가지 규칙을 적용시켜 새로운 7자리 배열을 만들게 했습니다. 인접한 두 수가 같으면 다음 배열에선 그 수를 쓰고, 다르면 세 가지 숫자 중 나머지 수를 쓰는 식입니다. 즉 1과 1은 1이 되고, 1과 4는 9가 되는 식입니다. 퍼즐은 7자리 수로 이뤄진 새로운 배열에서 마지막 숫자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일이 계산하지 않고도 답을 알아낼 수 있는 숨겨진 지름길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험 결과 잠을 잔 그룹에서는 60%가 지름길을 알아냈지만 나머지 그룹에서 알아낸 사람은 22%에 불과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잠을 자는 동안 기억들이 정돈되는 과정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낮에 본 사람이나 사건, 대화에 대한 기억들은 일단 대뇌의 해마융기에 저장됐다가 신피질로 옮겨가 영구기억이 되는데 연구팀은 “잠을 자는 동안 퍼즐 풀이에 대한 기억들이 정돈되면서 숨겨진 해법을 찾게 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잠이 문제 해결을 도와준다는 또 다른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의 대니얼 마고리아시 교수 연구팀은 알아듣기 힘든 외국어를 공부한 뒤 잠을 자고 온 그룹이 깨어 있었던 그룹보다 새로운 단어를 훨씬 쉽게 이해한다는 실험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한 미국 듀크대 시다르타 리베이로 박사는 쥐에게 처음 보는 물체를 보여주고 잠을 자는 동안 뇌가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뇌의 해마융기와 신피질 모두에서 특이한 뇌파가 감지됐습니다. 즉 새로운 기억들을 정돈해서 영구화시키는 작용이 활발히 일어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뇌 활동이 렘수면보다 서파수면에서 더 강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냈습니다.
리베이로 박사는 “서파수면의 긴 시간 동안 뇌는 개별 기억을 다시 떠올려 증폭하는 역할을 하며 짧은 렘수면에서는 이 기억들을 공고히 하는 유전자를 순간적으로 작동시킬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꿈꾸는 시간보다 깊은 잠을 잘 때가 뇌의 기억 기능이 활성화되는 데 더 중요한 셈입니다.
글/과학동아 편집부 (2005년 01월 11일)
출전 : 창의세상 031호 2005. 1. 11
어려운 문제를 붙잡고 끙끙대고 있을 때 아무 생각없이 한숨 푹자고 나면 의외로 어렵던 문제가 술술 풀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시가 급한 사람에게는 호사스럽기 그지없는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잠을 자는 것이 실제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잠을 푹 자고 나면 골머리를 앓던 문제가 술술 풀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잠을 자는 동안 기억이 정리되고 영구화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독일 뤼베크대 신경내분비학과의 얀 본 박사 연구팀은 간단한 수학 퍼즐을 통해 잠을 자는 것이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실험을 통해 알아냈습니다. 실험 결과 문제풀이를 여러 번 한 다음 8시간 동안 수면을 취한 그룹이 깨어 있었던 그룹에 비해 다음 문제풀이에서 두 배 정도 우수한 능력을 보였다고 합니다.
실험에 동원된 수학 퍼즐은 세 가지 숫자(1, 4, 9)를 무작위로 배열해 8자리 수를 만들었습니다(예 11449494). 여기에 두 가지 규칙을 적용시켜 새로운 7자리 배열을 만들게 했습니다. 인접한 두 수가 같으면 다음 배열에선 그 수를 쓰고, 다르면 세 가지 숫자 중 나머지 수를 쓰는 식입니다. 즉 1과 1은 1이 되고, 1과 4는 9가 되는 식입니다. 퍼즐은 7자리 수로 이뤄진 새로운 배열에서 마지막 숫자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일이 계산하지 않고도 답을 알아낼 수 있는 숨겨진 지름길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험 결과 잠을 잔 그룹에서는 60%가 지름길을 알아냈지만 나머지 그룹에서 알아낸 사람은 22%에 불과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잠을 자는 동안 기억들이 정돈되는 과정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낮에 본 사람이나 사건, 대화에 대한 기억들은 일단 대뇌의 해마융기에 저장됐다가 신피질로 옮겨가 영구기억이 되는데 연구팀은 “잠을 자는 동안 퍼즐 풀이에 대한 기억들이 정돈되면서 숨겨진 해법을 찾게 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잠이 문제 해결을 도와준다는 또 다른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의 대니얼 마고리아시 교수 연구팀은 알아듣기 힘든 외국어를 공부한 뒤 잠을 자고 온 그룹이 깨어 있었던 그룹보다 새로운 단어를 훨씬 쉽게 이해한다는 실험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한 미국 듀크대 시다르타 리베이로 박사는 쥐에게 처음 보는 물체를 보여주고 잠을 자는 동안 뇌가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뇌의 해마융기와 신피질 모두에서 특이한 뇌파가 감지됐습니다. 즉 새로운 기억들을 정돈해서 영구화시키는 작용이 활발히 일어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뇌 활동이 렘수면보다 서파수면에서 더 강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냈습니다.
리베이로 박사는 “서파수면의 긴 시간 동안 뇌는 개별 기억을 다시 떠올려 증폭하는 역할을 하며 짧은 렘수면에서는 이 기억들을 공고히 하는 유전자를 순간적으로 작동시킬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꿈꾸는 시간보다 깊은 잠을 잘 때가 뇌의 기억 기능이 활성화되는 데 더 중요한 셈입니다.
글/과학동아 편집부 (2005년 01월 11일)
출전 : 창의세상 031호 2005.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