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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6 11:29

아들 바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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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설교했던 말씀 올립니다. ^^

잠시 기도하고 말씀을 시작하겠습니다.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우리들에게 변함없이 생명을 허락하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주님의 말씀을 펴려고 하오니 이 자리에 임재하셔서 우리를 거룩하게 하옵소서.
그리고 당신의 말씀이 우리의 혼과 영을 가득 채우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제가 어릴 때, 종종 저의 아버지가 새벽에 저를 깨우시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에도 아침 잠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혼자는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보통 제가 늦잠 자도록 그냥 놔두셨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깨울 때는 뭔가 특별한 일이 있는 것입니다.
“순호야, 일어나... 얼른 일어나... 스케이트 타러 가자...”
그 추운 겨울 날, 새벽 4시 반에 7살짜리 아들이랑 스케이트 타러 가려고 아버지가 깨우시는 겁니다.
얼굴이 다 얼어붙을 것처럼 추운, 그 겨울 새벽에 5살짜리 제 동생이랑 저는 단 한 번의 깨우는 소리에도 벌떡 일어납니다.
얼른 일어나서 스케이트 타러 가야 하니까요.
이런 날엔 동생이나 저의 몸놀림이 예사롭지를 않습니다. (충청도이지만 행동은 빠릅니다)
저 자신도 어떻게 그렇게 옷을 빨리 입을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차가운 바람을 이겨내려면 옷도 많이 입어야 합니다.
동생이랑 저는 순식간에 옷을 입고 따라나서는 것입니다.

그런 저를 닮았는지 나예랑 효재도 냇가로 놀러 가자고 하면 단 번에 일어납니다.
학교 가자고 하면 그렇게도 안 떠지는 눈, 안 움직여지는 몸이 놀러가자고 하면 소리 없이 미끄러지듯이...

지금으로부터 약 4000천 년 전 어느날 새벽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깨웁니다.
"예야, 일어나라... 아버지랑 어디 가자... 저 모리아 산에서 하나님이 부르신다. 제사 드리러 갈 테니까 얼른 일어나"
"엄마는 주무시니까 깨우지 말고 우리끼리 갈 곳이 있으니까 얼른 준비해라"
아들은 얼른 일어나서 금방 준비를 끝냈습니다.
나무도 준비하고 불도 준비하고 전에 이마트에 가서 제사때 쓰려고 3만5천원짜리 빅토리노스 식칼도 준비했습니다. 이 칼은 정말 잘 들기 때문에 양을 잡을 때 예리하게 양을 죽이고 제물을 잘 다듬을 수 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랑 전에도 몇 번 이렇게 제사 드리기 위한 여행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신이 나서 두 말 안하고 따라나섰습니다.
이럴 땐 별로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아버지랑 가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거든요.

하지만 지난밤에 이 아버지에겐 엄청난 일이 있었습니다.
120세가 된 나이 든 아버지가 밤의 이상 중에 이상한 지시를 받았었습니다.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내가 여기 있나이다"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지시하는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
간단한 이 말은 좀더 풀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브라함아... 네가 아들을 참 사랑하더구나... 그 하나 밖에 없는 네 아들의 가슴에 칼을 꽂아서 피를 흘린 다음에 그 피를 받아서 제단 사면에 바르거라.
  그리고 네 아들의 몸을 여러 가닥으로 해부해서 그 안의 불결한 부분들은 다 씻어내고 모든 내장과 살덩어리를 조각내서 단 위에 올려 놓고 태우거라
그럼 내가 그 냄새를 맡고 만족할 것이다.‘

"네? 이건 말도 안돼요... 아무래도 내가 잘못들은 게야. 하나님은 인신제사를 싫어하시는데 이건 하나님의 음성이 아닐거야... 그럴 리가 없어..."

캄캄한 밤에 이 아버지는 예전에 하늘의 사자들을 만났던 장소로 갔습니다.
“하나님, 좀 전에 저에게 하신 말씀이 정말 당신께서 하신 말씀인가요?”
  "말씀 좀 해 주세요... "
우리도 종종 이럴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대답을 해 달라고 해도 아무 소리도 안 들릴 때...
아무리 뭘 느껴보려고 해도 아무 느낌도 없습니다. 이럴 땐 하나님 정말 야속합니다.

이 아버지 머리 속엔 그저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가서 번제로 드려라’라는 말씀 밖에 떠오르는 말씀이 없습니다.
밤새 잠 못 이룬 아버지가 날이 밝아오자 아들을 깨워서 이상 중에 들은 말씀처럼 여행을 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사랑하는 아들과의 여행이 즐거웠을 텐데...
이 날은 하루가 너무나도 길었습니다.
별별 생각이 다 납니다.
'우리 마누라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면... 미쳐 버릴텐데... 뒷감당을 어떻게 하나...
과연 내 아들이 내 말을 들을까... 도망가 버리면 어쩌나...
이러다가 적당할 때에 천사가 나타나서 그만 되었다고 하는 거 아닐까?
그래도 이건 정말 이해가 안된다. 하나님 왜 그러실까?'

아버지는 여행하는 내내 별 말이 없습니다. 그저 묵묵히 천천히 걸어갈 뿐입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사흘 째가 되었습니다.
저만치 북쪽에 모리아 산이 보이는 데 거기에 하나님의 영광의 구름이 자욱합니다.
'아... 나에게 말씀하신 것이 정말 하늘에서 하신 것이구나...
  그래도 하나님께서는 이 아들을 통해서 바다의 모래처럼 많은 자손을 주신다고 했었는데... 분명히 무슨 방법이 있을 게야... 내가 죽이더라도 분명히 다시 살리길 거야...내가 아는 하나님은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이시니까...'

3일 동안 정신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120세의 이 아버지는 이제 거의 쓰러질 듯이 겨우 겨우 발을 떼면서 묵묵히 마지막 3일 째 여행을 계속 하는 것입니다.
드디어 오랜 침묵을 깨고 믿음을 가지고 이 아버지는 하인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창22:5
내가 아이와 함께 저기 가서 경배하고 너희에게로 돌아오리라

아버지는 아무에게도 아들이 죽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모리아산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아들에게 나무를 지게 합니다. 마치 십자가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처럼...
아버지는 양을 죽일 때 쓸 칼과 불을 들었습니다.

굳게 결심을 하고서는 벌써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시키신 대로 반드시 잘 찔러야 할 텐데... 그리고 불로 잘 사르고 제사를 마무리해야 할 텐데... 해 내야해... 잘 해야지... ’
그러고 있는데 아들이 불렀습니다.
"내 아버지여..."
그냥 아버지도 아니고 나의 아버지...
우리 아들 효재 버전으로 하면 "아빠~, 아빠는 우리 아빠지~?"

‘으흐... 다른 건 몰라도 그건 물어보면 안된다. 제발 그건 물어보면 안돼...’
“불과 나무는 있는데 번제할 어린양은 어디 있나이까?”

‘ㅠㅠ, 그걸 벌써 물어보면 어쩌니... ’

“아들아... 번제할 어린양은 하나님이 친히 준비하실거야...”
드디어 하나님께서 정하신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저는 5살 자리 효재를 단으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단 위에 눕히고는 눈을 감으라고 하고 오른손에는 큰 빅토리노스 식칼을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얘야... 하나님께서 널 너무나도 사랑하셔서 널 다시 달라고 하시는구나...”
“하나님께서 널 제물로 쓰신단다. 이 제물의 의미를 알지? 이건 모든 인간들의 죄를 씻어주는 구속주를 표상하는 것이다.”
“네가 그런 의미를 가진 희생제물이 되는거다.”

이 말을 들은 아들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뜻을 항상 순종하도록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에 자원해서 아버지의 말씀의 순종했습니다.
차라리 뿌리치고 도망가려고 하면 단호하게 마음을 먹고 호통 치며 제사를 집행할 수 있을텐데...
아버지의 말에 순순히 따르는 사랑스러운 아들을 칼로 찌르는 것은 더더욱 맘이 아픈 것입니다.
“얘야... 사랑한다... 하늘 아버지께서 꼭 널 책임지실 거다. 먼 훗날 하늘에서 만나자꾸나...”
“아버지, 전 괜찮아요. 어머니에게 안부 전해 주시고 하나님 뜻대로 잘 갔다고 말씀해 주세요.”
(효재는 여기서도 눈을 꼭 감고 단 위에 누워서 잘 참고 있습니다. 절대 끝까지 눈을 안 떴어요. 나는 행여 실수로 칼을 떨어뜨릴까봐 잔뜩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

“내 아들아...”
“에잇...” 두 눈 질끈 감고 칼을 내리칩니다.
  ‘으윽... 왜 팔이 안 움직이지?’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드디어 그렇게도 듣고 싶었던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럴 땐 빨리 대답해야 합니다.
“내가 여기 있나이다”

창22:12
그 아이에게 네 손을 대지 말라 아무 일도 그에게 하지 말라 네가 네 아들 네 독자라도 내게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이 말씀은 드디어 아브라함의 행동과 경험을 통해서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경외한다는 것을 온 우주에 보여주었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이 경험을 통해서 온 우주의 거민들과 천사들은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어떤 고통을 겪으셨는지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은 꼭 이런 경험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하나님의 고통을 느껴보는 경험이 없이는, 인간 자녀들을 위해 아무 죄도 없으신 단 하나 밖에 없는 독생자를 포기하신 하나님의 고통과 사랑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없이는 하나님을 더욱더 깊이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나님께선 인간 자녀들에게서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것들을 빼앗아 가시려고 희생제물을 요구하신 것이 아닌 것입니다.
대신 하나 밖에 없는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희생시켜가면서 인간들을 구원하셔야 했던, 그 엄청난 고통과 사랑을 우리 인간들에게 보여 주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이런 경험이 있은 지 약 2천년 후에, 그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이삭을 대신해서 죽은 수양처럼, 하나님의 독생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온전한 제사를 위하여 나무를 지고 가셔서 그 나무에 묶인 채로 우리들을 대신해서 온 몸을 찢으시면서 돌아가셨습니다.

우린 예수께서 돌아가시던 날에 하나님 아버지께서 느끼셨을 그 고통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알 수는 없습니다... 영원토록...
하지만 성경에 기록된 아브라함의 경험을 통하여 아주 조금 맛을 볼 수는 있습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독생자를 포기하는 하나님의 심정을 아주 아주 조금...

이런 하나님의 사랑과 고통을 맛본 사람은 하나님께 무엇을 드리는 것이 좋을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시34:8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 그에게 피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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