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길
퇴근길
벗꽃구경이 한참인 남산에 올라
저문 산 그림자속으로 하얗게 날아드는
꽃잎들을 보라
열망의 꽃잎들이 나비처럼 살포시 날아가 춤을 추고
진달래 개나리 울긋불긋 타오르는 비탈길
라일락 봄향기 내뿜으며
찬란한 화관을 머리에 쓴채
곱게 치장한 남산을 보라
자박자박 따라오는 듯 그리운이의 발자욱 소리
멈칫 뒤돌아보면 저만치 멀어저가는 당신을 그리며
나는 다시 남산길을 오른다
미쳐 돌아오지 않는 짝을 찾는
장끼 한 마리의 울부짖음
서로 애타게 기다리는 밤
달빛이 꽃잎들을 흔들어 대면
꽃잎들도 달빛을 흩어뜨리고
모두가 산산 조각이되어 눈발처럼
도시의 현란한 빛으로 점멸하는 광채가 된다
꽃망울 터뜨린 도심의 바람은
내 과거의 잊혀진 추억을 찾아
남산을 몇바퀴 돌다가
화려하게 치장한 그 집앞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