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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6 22:01

"인자가 온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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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저녁 강의를 잘 들어보신 분은 위의 제목의 뜻을 알 것입니다. 혹시 위의 뜻을 잘 모르시겠는 분은 120기 정규프로그램 강의 4번을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음... 아마 서너달 전일 것입니다. 이상구 박사님이 일이 생겨 잠시 출타하게 되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봉사자 분들과 같이 하고 출타를 하려던 이 박사님이 식사를 다 한 후 가방을 챙겨 들고 옆의 테이블에서 밥을 먹던 저를 보더니 다가왔습니다. 그리곤 "조석훈씨 다녀오겠습니다." 라며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화들짝 놀란 저도 엉겁결에 " 네, 박사님 조심해서 다녀오세요."라며 인사를 드리곤 하던 식사를 중단하고 현관까지 나가서 꾸벅 인사를 드렸습니다. 이후 저는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이 박사님이 어찌 그렇게 했을까? 왜 식사를 마치고 그냥 가지 않고 내게 인사를 했고 하고 많은 인사말 중에 그런 높임말을 사용했을까?' 라는 고민을요.

 제가 이곳 뉴스타트센타에 오기 전, 아니 오고 나서도 얼마 동안은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너무나 하찮은 사람이라 내가 높은 사람에게 인사를 하면 그 높은 사람의 시간을 빼앗기 때문에, 그리고 그 높은 사람이 나를 기억하지도 못할텐데 내가 먼저 아는 척 하면 그 사람이 미안해 할까봐 내가 먼저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을요. 그리고 그런 것이 진짜 "인사"가 아니라 다 형식적인 "인사치레"로 생각되어 왠지 그렇게 하면 잘 보이려고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서서 인사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 뉴스타트센타에 오고나서는 그런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그것이 인사치레로 보일지라도 내가 진실한 마음으로 인사를 하게되면 그게 진짜 인사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 조금씩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울론 지금이라해서 전과 달리 인사를 아주 잘 하는 것은 아니고 아직도 옛습관이 몸에 남아 있기는 합니다.

 저는 "저의 그런 습관때문에-아마도 내가 왜 인사를 잘 하지 않는지 그 동기는 잘 모르니까- 평소에 인사를 잘 하지 않으니 일부러 인사를 잘 하라고 그렇게 "일부러" 높임말을 써서 인사를 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 생각이 더 신빙성을 얻게 되는 이유는 제가 그 날 이 박사님이 멀리 다녀오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또 이 박사님이 식사하러 오실 때 이미 떠날 채비를 하고 오셨기 때문이며 결정적으로 옆의 테이블에서 밥을 먹었다고는 하지만 이 박사님이 식사를 다 하시고 같은 테이블의 봉사자 분들로부터 인사를 받으셨는데 저는 그냥 등 돌리고 옆 테이블에서 "묵묵히" 씹던 밥을 열심히 씹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그 이유는 아까 말씀드린 인사치레와 무존재감 때문입니다. ^^ 다르게 말하면 사장님이 멀리 출장을 가는데 말단 사원이 사장님 가신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그리고 주위의 중역들은 다 인사를 하는데 이 말단 사원이 눈치도 없이 그냥 앉아서 밥이나 먹고(축내고) 있다고 했을 때 출장가는 사장뿐 아니라 다른 중역들도 분명히 괘씸하게 생각하거나 나중에 혼을 내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이 생각을 할 때마다 유전자가  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 박사님이 오늘 저녁에 "인자가 온 것은 ..."이라는 성경절을 설명할 때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박사님도 말단 사원인 저를 섬기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평소에 인사도 잘 안하는 꼴통 직원이 하나 있는데 예수님의 본을 따라 죄가 많은 곳에 은혜가 더하다는 말씀을 따라 하신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평소에 예수님의 모본을 따라 섬기는 연습을 하고 싶었는데 한국에서는 모두들 이 박사님을 섬기니 섬길 기회가 없던 차에 인사성없는 석훈이를 섬기면 좋겠다 생각을 하셨겠구나.'라고요.

그런데 잠시 후, '에이~ 설마. ... ... ...(내용은 각자 생각하세요.^^)'는 사각(사망적인 생각)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그때 '설마 이 박사님이 그런 섬기려는 의도로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해도, 그리고 그때 잠깐 사각의 지배를 받아 괘씸해서 일부러 그랬다 해도 내가 그렇게 생각지 않고 섬기려고 예수님의 모본을 따라서 했다고 생각하기로 선택을 하면 그것이 그 상황에서의 사실이 아닌 진실이 된다.'는 생각이 또 들어왔습니다.

여러분, 그럼 제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아마 이 사각과 생각은 앞으로도 꾸준히 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을 것입니다. 이 박사님에 대한 서운한 상황이 발생할 때엔 사각을 선택하기가 쉽겠고 이 박사님으로 부터 칭찬을 듣거나 하면 생각을 선택하기가 수월할 것입니다. 앞으로 생각을 선택하기를 자주, 많이 하게 될 수록 서운한 상황 속에 있을 때에라도 사각을 선택하는 횟수가 훨씬 줄어들고 생각을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더욱 지나 매번 생각만 하게 되었을 때는 저도, 제가 '생각'했던 예수님의 본을 따르려던 이 박사님처럼 그렇게 예수님의 모습으로 변해있지 않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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