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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성 질병
2010.07.18 10:24

자가면역성 질병은 왜 생길까?

조회 수 7256 추천 수 33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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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T-임파구가 자가면역성을 띠고 내 몸을 공격한다는 것은 아주 무서운 일이다. 몸을 지켜줄 막강한 보호세력이 반란을 일으킨 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T-임파구의 자가면역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 어느 부위를 공격당해 병에 걸릴지 알 수 없는 채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한다. 그러면 내 몸을 보호해야 할 T-임파구가 왜 나를 공격하게 되었을까?

이상한 것은 자가면역성 질병은 통계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내가 의과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자가면역성 질병은 여성들에게 많이 생긴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을 뿐 그 이유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없었다.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규명된 원인도 T-임파구가 변질돼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자가면역성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상담하다 보면 뚜렷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스스로를 탓하는 사람, 화가 나도 잘 참는 사람, 자기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 피해의식이 강한 사람들이 이 병에 잘 걸린다는 점이다. 환자들 중 남성보다는 여성이 많은 것은 이런 성향이 여성들에게 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신적인 갈등이나 스트레스, 고통 등이 T-임파구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이 가능하다. 실제로 그럴까?

T-임파구와 정신계통과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미국 뉴욕주 와처스타 의과대학의 의사가 했던 실험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쥐에게 사이클로스포린(T-임파구를 죽이는 약으로 곰팡이에서 추출한 독소)을 주사하면서 주사를 놓을 때마다 설탕물을 먹였다. 쥐는 사이클로스포린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다만 설탕물을 먹었을 뿐이지만 쥐의 T-임파구는 서서히 죽어간다. 일주일이 지나자 쥐의 T-임파구 중 90%가 죽어버렸고 그대로 두면 쥐는 면역력이 떨어져 사소한 병균에도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쥐는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한다.

모든 실험을 중단한 의사가 이번에는 좋은 먹이를 먹여가며 사랑으로 보살펴 주었더니 놀랍게도 골수 속에서 새로운 T-임파구들이 생산돼 일주일만에 완전히 재생되었다. 본격적으로 T-임파구와 정신계통과의 관계를 밝히는 실험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쥐에게 사이클로스포린은 주사하지 않은 채 설탕물만 먹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랍게도 쥐의 T-임파구가 죽어버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설탕물이 갖는 상징에 T-임파구가 반응한 것이다. 쥐는 사이클로스포린이 무엇인지 몰라도 쥐의 뇌는 그 약물의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에 사이클로스포린을 상징하는 설탕물만 먹어도 '아 이것이 내 T-임파구들을 죽이는구나' 하고 느끼는 것이다. 이런 뇌의 생각에 T-임파구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실험을 통해 우리는 T-임파구와 정신계통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물리화학적인 조건 없이 심리적 고통만으로도 질병에 걸릴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실제로 내가 만난 환자 중에 심리적 고통이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발병한 사람이 있었다. 그 여자환자는 젊은 시절 자신을 혹독하게 시집살이시킨 시어머니가 중풍으로 드러눕자 대소변을 받아내며 그 뒷수발을 감당하며 살다가 덜컥 병에 걸린 경우였다. 병원에서 아무리 약을 타다 먹고 치료를 받아도 효과를 보지 못했는데 원인치료를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녀의 류머티즘 관절염은 자가면역성 질병이었다.

지독한 시집살이를 시킨 시어머니가 미워도 며느리로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미움을 표현할 수 없었던 그녀는 차라리 시어머니가 빨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는 그런 나쁜 생각을 하는 스스로의 감정 때문에 심한 죄책감에 시달려 왔다. 스스로를 탓하는 이런 감정은 결국 T-임파구에 영향을 미친다. '나는 나쁜 사람이야' '죄를 짓고 있어' 하는 뇌의 생각에 따라 T-임파구가 나 자신을 공격하는 반응이 바로 자가면역성 질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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