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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년에 비해서

이주정도 늦게온 가을의 색갈은
유년시절에 기억하는 천불동의
불단풍을 연상케 할만큼 색갈이
아름답습니다 

파란색이
세상을 찾아오는 눈부신
색갈이라면
붉은색은
이제 세상을 떠나가는
또 다른 눈부신 색갈입니다 

봄은
뿌리로 끌어올리는 모든것을
파랗게 전달하는 희망의 언어

가을은
끌어올린 그 색갈과 언어들을
혼신의 힘을 다하여
버리고 털어내는 이별의
언어

하나는 더 없이 푸르지만
덜익은 언어이고
하나는 더 없이 붉지만
잘익은 과일같이 달콤한
속삭임일 수 있읍니다

미처 덜익은 언어
그러나 화려한 색갈
파아란 색갈로 찾아왔던
이 상구 박사의 이별선언이
이 가을에 피처럼 붉게
신문지를 물들입니다

그 붉은 이파리 사이로
구원의 확신이라고 하는
잘익은 열매하나가 황혼빛에
덩거러니 달려 있읍니다 

참을 뱉어도
돌을 던져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확신으로
거기 십자가 한켠에
외롭게
달려 있읍니다

죄인들만 오시게 !
병신들만 오시게 !

잘난이들은 물렀거라 
남은자들도 물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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