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의 음식이 아이 건강 좌우'
'쥐 상대 실험...영양소 투입여부에 털 색깔 달라져' 美듀크대 메디컬센터 발표
엄마의 음식이 당신의 운명을 결정한다. 실제로 어미 쥐의 음식이 새끼 쥐의 털 색깔과 질병에 대한 저항성을 좌우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듀크대 메디컬센터 랜디 저틀 교수는 어미 쥐가 먹은 음식이 새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밝힌 실험 결과를 1일 발행된 ‘분자 및 세포생물학지’에 발표했다.
이 실험에서 음식에 비타민B12, 엽산 등 4종의 영양제를 섞어 먹은 어미 쥐는 갈색쥐를 낳았다. 반면 영양제 없이 음식만 먹은 쥐는 노란쥐를 낳았다. 이 쥐의 털은 노란색과 갈색 그리고 중간색이 있으며, 노란쥐는 갈색쥐보다 비만, 당뇨,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랜디 저틀 교수는 “엄마의 영양이 자녀의 질병 저항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인과관계는 알지 못했었다”며 “이 실험은 임신 초기의 환경 요인이 새끼의 유전자를 바꾸지 않고 유전자의 발현을 영구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란쥐나 갈색쥐는 모두 아구티(Agouti)라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영양제를 준 쥐는 이 유전자가 잘 발현돼 갈색이 된 반면 영양제를 주지 않은 쥐는 잘 발현되지 않아 노란색이 된 것이다.
연구팀은 아구티 유전자의 DNA에 원자 4개로 이루어진 메틸그룹이란 고리가 영양상태에 따라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거나 꺼서 털색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과정을 ‘메틸화’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인간 게놈의 40%가량이 메틸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저틀 교수는 “만일 정자나 난자가 만들어지는 시기에 DNA에 메틸화가 일어나면 이것이 다음 세대로 유전돼 가계도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고 밝혔다.
저틀 교수는 “1800년대 말 스웨덴에 큰 풍년이 들어 많은 곡식이 생산됐을 때 태어난 자식과 그 후손들은 당뇨병 발병률이 상당히 높다”며 유력한 원인으로 메틸화를 꼽았다.
그동안 생물학자들은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다면 몰라도 경험이나 환경이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환경 변화로 인한 메틸화’는 염기서열을 바꾸지 않더라도 유전자의 기능을 변화시켜 이를 후대에까지 유전시킨다는 점에서 전혀 새로운 생물학의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