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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우리의 거울이야,

 우리의 기억인 셈이지...

나는 오늘날 사람들이 맺고 있는

우정의 유일한 의미를 깨달았어. 우정이란

기억력의 원활한 작용을 위해

인간에게 필요 불가결한 것이야.

 

과거를 기억하고

그것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은

아마도 흔히 말하듯

자아의 총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필요조건일거야.

자아가 위축되지 않고

그 부피를 간직하기 위해서는

화분에 물을 주듯

추억에도 물을 주어야만 하며

이 물주기가 과거의 증인,

말하자면 친구들과

규칙적인 접촉을 요구하는 거야.

 

그들은 우리의 거울이야.

우리의 기억인 셈이지.

우리가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란

우리가 자아를 비춰볼 수 있도록

그들이 이따금

거울의 윤을 내주는 것일 뿐이야.


- 밀란 쿤델라 정체성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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