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조회 수 126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는 

 

    나에게 주어진 삶을, 그것이 넓고 편안한 길이든 좁고 가파른 길이든 차분하고 담담하게 껴안아 믿음이 가는 친구.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일상에서 벗어나도 좋을 시간이 오면 왕복 기차표 두 장을 사서 한 장은 내 몫으로 남겨두고, 또 한 장은 발신인 없는 편지 봉투에 담아 우체통에 넣고는 은밀한 즐거움으로 달력의 날짜를 지워 가는 그런 친구. 행선지는 안개 짙은 날의 춘천이어도 좋고, 전등 빛에도 달빛인줄 속아 톡톡 다문 꽃잎을 터뜨린다는 달맞이꽃이 지천에 널려 있는 청도 운문사 이어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건 너 보다 한 걸음 앞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는것. 그래야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이 불 때마다 지붕에 서 있는 풍향계가 종종걸음치는 시골 간이역, 낡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너를 기다릴 수 있으니까. 뜬 금 없이 날아든, 그리고 발신인 없는 기차표에 아마도 넌 고개를 갸웃하겠지. 그리곤 기차여행에 맞추기 위해 빡빡하게 짜여진 일정의 일을 서둘러 끝내고 나서 청바지에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기차를 타리라. 또한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기차의 율동에 몸을 맡긴 채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비 도시적인 풍경을 보며 바쁜 일상에 함몰되어 지낸 그 동안의 네 생활과 일상으로 부터 탈출을 차표 한 장에 실어 선물한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게 생각하리라. 예정된 시간에 기차는 시골 간이역에 널 내려놓을 것이고, 넌 아마도 낯선 지역에 대한 조금의 두려움과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끼며 개찰구를 빠져 나오겠지. 그런 후 너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래져서는, '네가..!?' 하는 말과 함께 함빡 상큼한 웃음을 지을 것이다. 미지의 땅에서 낯익은 얼굴 하나 발견한 안도감과 일박이일의 여행, 그 신선한 자유를 선물한 사람을 찾아낸 즐거움으로 말이다. 늘 곁에 있지만 바라보는 여유 없어 '잊혀진 품'이 되어 버린 자연 속에서 우리는 또 한번 여장을 꾸려 함께 그러나 따로이 자기 내면으로의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도시를 떠난 건 바로 이 여행을 시작하기 위함이었으니까. 그리고 일박이일의 여정을 끝냈을 때 우리는 각자의 내면으로 향한 고독한 여행으로부터 무사히 돌아왔음을 축하하며, 우리 일상이 속한 도시를 향해 가는 기차에 함께 오를 것이다. 그리고 도시로 돌아가 자기 몫의 삶을 담담히 살아낼 것이다. 친구야, 너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네게 선물한 차표가 결코 일박 이일의 여정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네게 특히 힘들고 고단할 때 보내질 선물이라는 것을. 내가 너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 좋은글 중에서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허종태님의 자연영상 유튜브 채널입니다 1 webmaster 2020.02.09 737
629 나란히 함께 간다는 것은 지찬만 2009.03.09 2606
628 나는 행복합니다 지찬만 2009.10.11 3336
627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시험´ 을 치른다 지찬만 2013.12.14 1180
626 나는 특별해야 한다는 생각 지찬만 2016.09.27 379
625 나는 지금 행복한가? 지찬만 2017.03.04 539
624 나는 언제나 사랑 받고 있습니다 지찬만 2007.05.23 2187
623 나는 어떤 사람인가? 지찬만 2015.12.17 422
622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지찬만 2021.03.09 77
621 나는 신과 인터뷰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서원석 2012.01.07 913
620 나는 배웠다..... Steven Cho 2006.09.03 2388
619 나는 믿어요... 지찬만 2007.04.11 2308
618 나는 모릅니다 가파 2019.09.01 153
617 나는 두렵습니다... 산골소녀 ^^* 2003.11.05 3380
616 나는 당신이 좋습니다 지찬만 2008.04.19 2545
615 나는 당신의 친구입니다 지찬만 2007.05.28 2224
614 나는 당신의 친구입니다 지찬만 2010.03.12 2614
613 나는 내 나이를 사랑한다 지찬만 2011.03.14 3865
612 나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지찬만 2007.09.17 2237
611 나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지찬만 2010.09.13 3471
610 나눔이 있어 좋은 친구 지찬만 2007.05.10 2150
Board Pagination Prev 1 ...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 148 Next
/ 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