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말에게 속삭이는 사람"(The Horse Whisperer)에는 순례자라는 말이 울타리를 뛰어넘어 무턱대고 확트인 대지를 향해 뛰쳐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탐 역을 하는데 순례자를 뒤쫒아 가는 대신 소리친다."갈테면가라!"결국 순례자는 지쳐 푸른 초장에 조용히 멈춰선다.
인간의 그릇된 판단과 부주의함의 희생양, 순례자는 불운하게도 깊은 상처를 받았다. 탐이 순레자를 도와주려 하지만 알아차리지 못한다. 말은 사람을 떨쳐버리려고 한다. 인간은 고통과 수난과 자포자기를 줄 따름이다.
탐은 순례자를 다그치지 않으며, 화를 내게나 욕을 하지도 않고 먹을 것으로 구슬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부르지도 않는다. 단 한 가지만 한다. 인내심있게 초원에 앉아 수백미터 거리에서 순례자를 지켜보는 일이다. 몇시간이 지나도록 탐은 순례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처음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볼수 없지만, 점차 탐과 순례자 간의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한다.
결국 신경이 곤두선 순례자가 탐 바로 앞에선다. 그때에야 비로소 탐이 천천히 일어나 순례자와 다정하게 만난다. 탐은 손을 뻗어 순례자의 얼굴을 쓰다듬는다.탐은 순례자의 볼에 자기 볼을 맞댄다. 마침내 순례자는 탐을 신뢰할수 있다고 느끼고서 탐을 따라 울타리 않으로 들어간다.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나는 종종 순례자와 같을수 있다. 나는 그분에게서 달아난다. 그분의 계명을 멀리한다. 푸른 초지일 뿐인데 더 좋은 대지라고 여기고서, 내 생각대로 해야 한다고 나설수 있다. 이따금 하나님께 화가나고. 두려우며 그분께 돌아오기 싫어한다.
하나님은 나를 달래서 돌아오게 하기 위해 내 이름을 부르면서 뒤쫓아 오시는가? 아니다. 아니면 영원한 형벌로 나를 정죄하고 위협하시는가? 그도 아니다! 그러나 그분은 나에게서 결코 시선을 떼지 않으신다. 그분은 나를 찜해두시고는, 안전거리를 확보하신다.
하나님은 모두에게 그렇게 하신다. 이따금 우리와 맞서지만, 대부분 다시금 우리가 그분을 바라보고 스스로 돌아 오게 하신다. 그분의 기다림은 며칠,몇달,몇년 혹은 몇수십 년이 될수도 있다. 그분은 여전히 기다리신다. 그리고 결코 포기하지 않으신다.
우리의 고통, 그분은 내내 알고 있었으나 우리는 겨우 알기 시작한 그 고통을 가진 채 마침내 우리가 그분께로 돌아갈때 하나님은 마음 아파하는 우리를 도우시며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쓰신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친구가 된다.
리쳐드 바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