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떡과 옥수수 그리고 모자란 듯한 국수 한 그릇으로 채우고 혼자서 너럭바윗 길을 걸었습니다.
신발과 겉옷을 벗어 산 입구에 있는 썩은 고목에 걸쳐두고 천천히 걷기시작했습니다. 천천히 걸으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처음 오던 날 보았던 꽃들은 거반 지고 수달래 잎새 아래로 뒤늦게 마지막 꽃송이가 수줍은 듯 낮을 내밉니다. 이 봄 마지막 꽃 한송이까지 밀어 피는 저들, 나도 그렇게 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피어 누군가와 행복해지고 싶었습니다. 뒤늦게 내 안에 미처 피워내지 못한 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발현되어야 할 유전자 대신 발현되지 말았어야할 것들이 발현된 현실, 하지만 무엇이 진실이고 또 거짓인지를 안 이상 피워내지 못했던 이 산 한 귀퉁이 아름다운 꽃 한송이 되겠습니다.
오월이 오고 숲이 우거지면 나도 초록이 되어 산을 덮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을,
저 화려한 단풍, 나도 설악의 일부가 되고
그리고 겨울,
한 줌 흙으로 돌아가겠지요.
조용히 눈을 떠 생명이 가져다 줄 태양과 바람과, 비와 천둥을 기다립니다. 천둥이 내 심장을 깨우면 비는 내 뿌리를 지나 나를 키우고 잎을 내어 태양에게 안녕 인사를 할겁니다.
오월이 오고 있습니다.
오늘 가볍게 부는 따스한 바람은 그녀의 향기인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