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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 배우신영균/빨간 마후라, 후회 없이 살았다 - 제132화(7666)
지난해 11월 ‘남기고 싶은 이야기’ 연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전화가 걸려 왔다.
15·16대 국회의원을 함께하며 우정을 이어 온 유흥수(83) 전 주일대사였다.
그는 조금 전 한 모임에서 어떤 사람이 내 기부 소식을 듣고 “이분이 돌아가시고
좋은 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며 “신 회장님, 오래 살 것 같다”고
덕담을 했다. 나도 기분 좋게 웃어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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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초콜릿·사탕 과다 섭취
운동·소식으로 당뇨 부작용 줄여
시곗바늘 같은 규칙적 일상생활
정기적 골프모임으로 건강 지켜
1928년생이니 올해로 만 아흔둘이다. 아무리 100세 시대가 다가왔다 해도
건강하게 나이 들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건강은 어떻게 관리하느냐,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사실 중뿔나게 특별한 건 없다.      
내 일상은 매우 규칙적이다. 보통 밤 10시에 잠들고, 다음 날 오전 6시에 일어난다.
오전 8시 30분께 아침을 먹고, 10시쯤 명동 사무실로 나간다.
출근 전 아내가 끓여준 콩국을 잊지 않고 마신다. 점심은 조미료를 최소화한
메뉴로 소식(小食)한다. 오후 3시쯤 헬스클럽에서 가벼운 근육운동,
러닝머신을 두어 시간 하고 귀가한다. 매일 5000보 넘게 걸으려고 노력한다.
  
★사극 연기 하느라 기관지 약해져 
  
단조롭지만 시곗바늘 같은 생활이다. 배우 시절 사극을 많이 해 목에 무리가 간
까닭인지 기관지가 약해졌다. 20여년 전부터 아내가 맥문동·여주·오미자 등을
넣고 종일 달인 물을 매일 챙겨주고 있다. 내가 지금껏 건강한 것은 아내의 덕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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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신영균씨. [사진 신영균예술문화재단]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건 40대 들어 당뇨를 얻으면서다. 다리 쭉 펴고
잘 시간도 없이 촬영을 강행하다 보니 대기 시간에 초콜릿·사탕 등을 많이 먹었다.
피로를 풀고, 에너지를 보충하려는 뜻에서였다. 과유불급이었다.
단것을 즐기다 보니 당뇨가 찾아왔다. 큰 충격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건강만큼은 자신했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술을 많이 하지 않고
담배도 멀리했지만 ‘경고등’이 한 번 켜지고 나서는 더욱 철저하게 몸을 아끼게 됐다.
 
운동은 주로 골프를 한다. 가끔 필드에 나가는 것도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1962년 찍은 한 영화(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에서 주인공이 골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촬영을 위해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어느덧 구력(球歷) 58년에
달하지만 기량이 빼어난 건 아니다. 그 당시 폼만 잡았지 제대로 골프를 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컨트리클럽이었던 서울CC에서
레슨을 받고 영화 촬영을 했다. 감독 지시에 따라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관객들은 내가 대단한 골프 솜씨라도 지닌 줄 알았겠지만 그건 영화 속에서나였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필드에 나갈 기회도 전보다 자주 생겼다.
동료 배우 김진규·곽규석씨 정도가 초창기에 같이 즐기던 멤버다.
영화계에서 좀 멀어진 80년대부터는 ‘화목회’라는 친목회를 결성해 한 달에
2~3회 정기적인 모임을 갖기도 했다. 영화배우 신성일, 허창성 삼립식품 회장,
예비역 장성들, 당시 내가 몸담았던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 멤버들이 주요
골프 메이트였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만든 ‘장수클럽’에도 들어갔다. 
   
★60대 이후엔 체중 70kg 초반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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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누구나 공감하듯 골프의 매력은 좋은 공기를 마시며 많이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창 시절엔 체중이 85㎏까지 나갔지만 60대 이후 꾸준히 70㎏ 초반을 유지해온 건
골프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실수 안 하고 치면 보기 플레이로 80대 후반
타수가 나온다. 비거리는 150~200야드 정도 된다. 골프에 더욱 깊이 빠졌다면
아마 골프장을 하나 인수했을지도 모르겠다.
 
정기적인 운동도 필요하지만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마음가짐이다.
긍정적인 사고와 감사하는 태도가 진정한  ‘불로초’가 아닐까 싶다.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도 큰 행복이라고 본다.
밤 12시(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통행금지가 있던 60년대 초반의 일이다.
야간 촬영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한 부인이 도로 위에 누워 있었다.
급히 차를 세웠다.
 
“아이가 곧 나올 것 같아요. 죄송한데 병원까지 좀 태워주실 수 없을까요.”
만삭의 여인은 통증이 심해 배를 움켜쥐고 길바닥에서 도움을 청했다.
당시 경찰에서 야간 촬영이 잦은 배우들에게 심야 통행증을 발급해줬는데,
그 부인이 다행히도 나를 만난 것이다.      
병원에 도착하자 아이가 나왔다. 내 일처럼 기뻤다. 인연은 이어져 그 부인은
아이 첫돌 때 우리 집에 인사를 오기도 했다. 그 아이가 장성해 결혼도 하고
자녀를 낳았다는 얘기도 건너 들었다. 새 생명의 탄생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다고
신께서 내게 장수라는 선물을 주신 건 아닐까, 지금도 종종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리=박정호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신영균 남기고 싶은 이야기] 당뇨 다스리기 50년, 최고 보약은 감사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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