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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5 09:05

구월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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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 여름 가을 입구 반갑잖은 장맛비가 한창입니다. 일주일 내내 내리고 있는 오늘도 20 미리 넘는 비가 예보된 답답한 집을 떠나 밭으로 나왔습니다. 

제일 먼저 반겨주는 이들은 지들이 이 과수원 주인공인 양 착각하고  있는 풀들입니다. 예초기 작업한지 얹그제인데 어느새 허리춤까지 자라 반짝이는 이슬을 듬뿍 머금고 멋쩍게 서 있습니다. 

짙은 초록색 귤들은 점점 굵어져 가고 봄에 밑동을 잘라내고 붙여 놓은 레드향 접순은 비닐하우스 천정까지 자라 있습니다. 

내년 봄 다시 한 번 새 잎을 내고 나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훨씬 크고 맛있는 열매를 맺을겁니다.

선택에 따라 탱자가 되기도 하고 레드향이 되기도 하는 우리 인생과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오늘 그 어떤 환경 속에 있다 하여도 푸른 하늘 하나로도 웃을 수 있는 어린아이 처럼 그냥 그냥 철없이 살다보면 알 수 없는 미래는 지나온 시간 처럼 또 꼬물꼬물 지나가겠지요.


노환으로 입원한 구십 삼세 엄마 똥 오줌을 보름 가까이 닦아 냅니다. 어렸을 때 엄마도 오래 오래 아들에게 그렇게 하셨지요. 이혼하고 떠날 결심을 한 두 번  한 것이 아닌데 가지말라 울며 매달리는  아들 때문에 그냥 남았다던 엄마는 그렇게 안 아픈 곳이 없는어린 아이가 되셨습니다. 


어렸을 때 크게 아픈적이 있습니다. 아들을 고치러 이웃 마을 용한 의사를 찾아다니셨던 엄마는 꿀이 좋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듣고 꿀장수에게 특별히 부탁한 귀한 것을 먹이셨습니다. 그 때문인지 병 때문에 일학년을 두 번 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는 그 후에는 그렇게 큰 병 없이 어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젊어서 끝내야 했던 안타까운 죽음도 많이 봤고 수를 다한 죽음도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내 삶도 그러하겠거니 생각되어 거울 속 그어진 주름을 보며 멋적게 웃어 봅니다.

늙어 보이시던 아버지는 59세에 돌아 가셨는데 지금 그 나이를 훌쩍 넘어선 거울속 나는 그렇게 늙어 보이지 않으니 착각은 나혼자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님 남도 그러고 있는지,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을 것 같았던 스물 즈음엔 삶이 지루하기 조차 했는데.


내 옆의 세상은 늘 방긋거립니다. 

엄마 누운 침대 옆에서 혼자 댄스를 추었습니다. 환자가 다섯인 병실에선 이런 내 모습에 웃겨 죽습니다. 철딱서니 없는 아들이란 생각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믿음이 좋으신 엄마는 두 번이나 예수님을 보았답니다. 어떻게 생기셨냐 물었더니 하얀 옷을 입으셨는데 그렇게 좋을 수 없는 분이라고 왜 빨리 안 데려 가시는지 야속하다고 매일 원망 하십니다. 죽음에 대한 내 생각도 그와 비슷하기에 아픈 엄마 옆에서도 철딱서니 없어지나 봅니다. 시간의 경계가 사라진 병실에는 삶과 죽음이 한 바구니에 담겨 병실에 걸려 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또 비가 내립니다. 빗속에선 하얀 들꽃이 부르르 몸을 떨고 모든 것들이 성숙해가는 매미조차 숨죽인 장엄한 늦 여름 차 안에 있는 나도 조금씩 저 빗속의 그들 처럼 비에 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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