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사막에 발을 담그면 사막을 거슬러 오르는 고기 비늘 같은 시인의 영혼이 발목을 스친다
시인은 고개들어 사막의 하늘에 별을 하나 피우고 별은 동주의 우물과 소월의 영변과 백석의 흰 바람벽 앞에 역사처럼 쌓인다
시인이 쓰는 것은 글이 아니다
곡조 있는 그림이다
웃음이요 울음이다
베토벤은 악보로 울고 시인은 글로써 운다
시인은 몽상가
닿을 수 없는 먼 곳을 그리며
구겨진 영혼을 견딜 수 없어서 다림질 하는 사람
시인은 아프다 말하지 않는다 말없이 옷을 벗어 수술대에 누울 뿐
고독하다 말하지 않는다
외로운 섬으로 홀로 노저어 가는 뒷 모습을 보일 뿐
시인은 성직자들 보다 더 신에 가까이 간 사람
신은 시인에게 창조의 순간의 기록을 신탁했다
시인의 혈관에는 태고적 순결한 피가 흐른다
시인의 죽음은 육체의 죽음이 아니다 시다운 시를 쓸 수 없었을 때 백석은 이미 죽은 것 처럼
삶이 목마르거든 어둔 길에 등불을 켜고 있는 시인에게 물으라
의문의 강물은 답을 찾아 끝없이 흘러가는 것을